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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유월절 식사

작성자
peace
작성일
2016-05-22 08:48
조회
2185

 (막 14:22-25)

식사가 시작되었다. 예수는 이번 유월절 식사가 마지막이라는 것을 알았다. 예수는 충격적인 말을 했다. “우리와 함께 식사하고 있는 사람 중 한 사람이 나를 그들에게 팔아넘길 것이다.” 예수의 말은 한 번도 틀린 적이 없었다. “저는 아니지요?” “저는 아니지요?” 그들은 하나씩 돌아가며 배신의 가능성에 몸을 떨었다. 예수는 묵묵히 식사를 계속했다. 모두가 배신할 것이다. 그래, 모두. 하지만 한 사람의 배신은 특별했다. 그는 식사를 시작하며 손을 담그는 그릇에 예수와 함께 손을 넣었다. 예수는 그의 무의식적인 행동을 통해 하나님이 이전에 말씀하신 것이 이루어진 것을 알았다. “너희가 모두 나를 배신할 것이다. 그런데 한 사람은 나를 팔아넘길 것이다.” 이 모든 일이 하나님이 예수께 미리 말씀해 주신 대로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하나님은 그 제자의 죄를 물으실 것이다.

유월절 식사는 보통 몇 가정이 모여서 함께 했다. 그런데 오늘은 한 가족만 모인 셈이다. 예수의 가족. 제자로 부른 자들의 모임을 예수는 굳이 그렇게 불렀다. 제자들은 이전 유월절 식사와 다름없는, 엄숙하면서도 기쁨에 넘치는 잔치를 기대했다. 유월절 식사는 오래전 여호와께서 이스라엘을 구원하신 것을 기념하는 기쁨의 잔치가 아닌가! 그러나 오늘의 식사 자리는 뭔가 달랐다. 유난히 어둡던 그 날 밤의 유월절 식사는. 기쁘면서도, 불안했고, 무거웠다. 긴장 가운데 하나님의 무서운 심판이 지나가는 것을 기다렸던 첫 유월절의 밤 그들의 선조처럼. 마치 지나가던 사신이 되돌아와 그들을 덮치기라도 할 것처럼. 예수가 예고한 십자가의 어두운 긴 그림자는 형제들의 마음에 깊게 드리워져 있었다. 식사는 계속되었고, 말씀이 없으신 예수 때문에 그날 밤의 유월절 식사는 잔치는커녕 마치 장례식처럼 되고 말았다.

*******

마가는 여기까지 쓰고 잠시 펜을 멈추었다. 마가에게 형제자매가 함께 모여 나누는 빵과 포도주는 기쁨 그 자체였다. 그러나 그날 밤, 예수 부활 전의 그 제자들은 얼마나 혼란스러웠을까! 그들은 믿음이 있었지만, 앞으로 그들이 목격할 일들은 그들의 작은 믿음으로 감당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니었다. 누가 주님의 부활을 보지 않고 믿을 수 있겠는가! 누가 믿지 않고 예수의 말들을 이해할 수 있겠는가! 그들은 증인일 뿐이었다.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었다.

그때 예수께서 빵을 가지고 축복하셨다고 베드로 선생님이 말씀하셨지. 아마 식사 때마다 주인이나 가장이 하는 축복의 말을 하셨을 거야. “오 여호와 우리 하나님, 땅에서 빵을 내신 주여. 찬송 받으시옵소서!” 그 빵을 떼어 제자들에게 주시며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했지. “이것은 내 몸이니라.” ‘떼어 주심’, 이것은 분명히 예언적 상징 행위였어. 마치 이사야 선지자가 맨발로 다닌 것처럼, 예레미야 선지자가 멍에를 맨 것처럼. 하나님의 일을 드러내는 예언적 상징 행위. “이것은 내 몸이니라.” 그때 제자들은 상상할 수도 없었을 거야. 예수의 육신이 부스러진 빵처럼 되어버릴 것이라고는. 바울 선생님과 그의 제자 누가의 견해에 의하면 그 빵은 ‘제자들을 위해 주시는’ 예수의 몸이었지. 그가 선택한 자들을 위한, 그를 따르는 자들을 위한 예수의 몸. 그의 생명. 그의 목숨. 이미 예수는 자신의 사명이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는 것이라고 선언하셨지. 하지만 그들은 그때는 결코 이해할 수 없었어. 믿을 수가 없었던 거지. 보기 전이었거든!

마가의 마음속에는 또 하나의 이미지가 떠올랐다. 밝은 대낮에 호수가 보이는 언덕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예수께서 빵을 가지고, 축복하고, 떼어서, 주신 또 하나의 사건. 작은 생선 몇 마리와 빵 몇 개로 수천의 사람을 먹였던 영광스러운 그 날. 그 언덕에서도 예수는 빵을 가지고, 축복하고, 떼어서, 주셨지. 그 빵도 작은 것이었지만 하나님의 손에 들려졌을 때 많은 사람을 먹일 수 있었어. 예수의 몸도 마찬가지였던 거야. 하나님의 손에 드려져 찢겼을 때 많은 사람을 먹일 수가 있었던 거지. 그래, 요한 공동체에서 온 한 형제가 예수는 생명의 빵이라고 했어.

생명의 빵. 마가의 머릿속에 빛이 비친 것 같았다. 그 순간 머릿속에 있던 빛들이 서로 연결되어 그동안 베드로에게 들은 모든 것이 환하게 빛나는 것 같았다. 그는 그가 썼던 앞부분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그래, 예수께서는 그를 따르는 자들에 자신이 갔던 길을 따라오라고 명령하셨어.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라고 하셨지. 죽으라고 하신 거야. 우리의 육신도 보잘것없는 것이지만 하나님께 드려져 찢긴 이후에야 많은 사람을 먹일 수가 있는 거야. 내가 하나님의 쓰임을 받으려면 죽는 길밖에 없어. 그날 언덕에서 드려졌던 빵과 물고기처럼, 그리고 그날 밤에 하나님의 손에 들려졌던 부스러진 빵이 되었던 예수처럼. 그런 사람들만이 진정한 교회를 이룰 수 있다고 바울 선생님은 늘 말씀하셨지. 마가는 계속 써내려갔다.

*******

이제 잔을 돌릴 차례였다. 정교한 유월절 식사 의식 중 세 번째 잔으로 사람들은 이것을 ‘축복의 잔’이라 불렀다. 예수께서 일어나서 잔을 가지고 감사의 기도를 하셨다. “오 여호와 우리 하나님, 포도나무를 창조하신 주여. 찬송 받으시옵소서!” 잔을 돌렸다. 한 사람도 빠짐없이 다 마셨다. 예수의 잔을 마시겠다고 장담한 야고보와 요한도, 그 잔이 하나님의 진노의 잔인 것을 알지 못하던 유다도, 모두 다 마셨다. 잔이 한 바퀴 돌아왔다. 예수는 빈 잔을 들고 그들이 마신 포도주의 의미를 말씀하셨다. “너희가 방금 마신 것은 많은 사람을 위해 흘리는 나의 피, 곧 언약의 피다.” 제자들은 유대인으로서 피를 마시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기에 곧바로 예수의 말이 은유라는 것을 이해했다. “언약의 피.”

오래전 이스라엘 백성은 시내산에서 하나님과 언약을 체결했다. 모세는 번제와 화목제를 드린 피를 가지고, 반은 제단에 뿌리고 반은 언약서를 읽은 후 백성에게 뿌렸다. 백성들은 외쳤다 “여호와의 모든 말씀을 우리가 준행하겠습니다.” 이것이 언약의 피였다. 이것은 또한 레위기에 의하면 백성의 죄를 속하게 하는 언약의 피이기도 하였다. 그런데 일찍이 선지자를 통하여 하나님은 이 언약을 갱신할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날이 오면 하나님의 말씀은 돌이 아니라 백성의 마음에 기록될 것이다. 백성의 모든 죄는 사해지고 모든 사람이 하나님을 알게 될 것이다. 그 모든 것은 한 하나님의 종을 통해서 이루어질 것이다. 제자들은 선지서에 기록된 그 하나님의 종이 예수라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었다. 한 사람만 빼고. 하지만 나머지 사람들도 믿음이 이전처럼 견고하지는 않았다.

마지막 유월절 잔을 돌릴 차례가 되었다. 마지막 잔이었다. 그러나 예수는 그 잔을 마시는 것을 거절했다. 그리고 선언했다.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내가 포도나무에서 난 것을 하나님 나라에서 새것으로 마시는 날까지 다시 마시지 아니하리라.”

*******

마가는 여기까지 기록하고 조용히 웃었다. 그때까지는 그들 중 아무도 그날 밤에 하나님이 새 이스라엘과 새 언약을 체결하셨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더구나 그가 아는 한 유월절 축제에 금주 선언은 어울리지 않았다. 예수의 말씀에는 시정잡배가 흔히 하는 맹세의 어조가 섞여 있었다. 이런 일이 있기까지는 이런저런 것을 먹지 않겠다는 사사로운 맹세는 어디서나 들을 수 있었다.

다시 고쳐 쓸까? 그러나 그대로 두었다. 독자들은 예수의 이 말씀을 이해할 것이다. 하나님 나라는 반드시 온다. 하늘 뜻은 이 땅에서 반드시 이루어진다. 그 후에는 예전의 모든 것이 그때와 같지 않을 것이다. 예수의 금주 맹세는 예수께서 얼마나 그의 죽음으로 동터올 하나님의 나라에 대한 확신으로 가슴 벅차 하셨는지를 독자들에게 오히려 분명히 보여줄 것이다. 갑자기 그가 써왔던 모든 것이 한눈에 들어왔다. 예수는 하나님 나라의 도래를 알렸다. 세상에 뚫고 들어오는 하나님의 능력은 예수의 축귀를 통해 입증되었다. 사탄은 패배하고 있다. 이제 십자가 사건으로 사탄은 결정적인 상처를 입고 물러날 것이다. 하나님의 나라는 반드시 이 땅 위에 이루어 질 것이다. 예수는 그 일을 믿음으로 내다보고 있으며 그를 따르는 자들도 보기를 원하고 있다. 쓰고 있는 것과 쓸 것, 모두가 더욱 분명해졌다. 마치 빛이 마가의 펜을 인도하는 것 같았다.

*******

그것이 마지막 유월절 식사였다. 이 땅에서 더는 유월절을 지킬 필요가 없게 되었다. 제자들은 모든 것을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마음에 소망의 빛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것은 스승을 잃을 두려움과 배신에 대한 두려움과 예수의 십자가를 지라는 소명에 대한 두려움과 예수가 마실 진노의 잔을 그들도 마셔야 하는 운명의 두려움을 넘어서는, 예수를 향한 작은 자들의 믿음으로 인해 하늘에서 내려온 한 줄기 빛이었다. 어둠이 결코 이기지 못할.

유월절 식사 내내 유월절 양은 테이블 한가운데 놓여 있었지만, 이후에는 아무도 그것을 기억하지 않았다. 예수가 그날의 유월절 양이었다. 하나님께서 그들을 위하여 제물을 친히 준비하셨다.

“너희가 이 떡을 먹으며 이 잔을 마실 때마다 주의 죽으심을 그가 오실 때까지 전하는 것이니라.” (바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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